찬바람이 살을 엘 듯했던 지난겨울, 나의 늦깎이 제자들과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모삼촌뻘 되시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그 어른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앉아있던 16세 소년 철수(예민한 나이이기에 가명으로 표기함)와 함께 한 4개월여의 수업은 이번 주 금요일이 마지막수업이다. 다음날 토요일이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시험날인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보면 어른들이 뭐 그런 수학문제도 못 푸냐고 하겠지만, 못 풀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의무교육이 아니던 시절, 여러 사연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지만, 산업역군으로서 열심히 살아오는 동안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배움에 대한 아쉬움에 학원을 등록하신 것이다.

6년 과정을 단 4~5개월 수업으로 끝내야 한다. 열심히 설명하고 설명 듣고 질문하고 문제 풀고 숙제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두 시간이 지나간다. 특히 분수의 곱셈, 나눗셈,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비례, 평면도형과 입체도형 등을 공부하는 수학시간에는 그 열기가 더 뜨거웠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집에 가면 다 까먹어~ 어째’, ‘하나도 생각이 안나~’, ‘이렇게 못해서 원~!’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수업이 마침표를 찍으러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기출문제를 풀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날카롭게 칼날을 갈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고3 교실 못지않은 진지함이다. 이 순간 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요즘 들어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시계를 갖고 살아간다고. 옆 친구와 같은 시계를 갖고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시간축이 다른 색다른 시계를 가질 수도 있다고. 뭐 어떠랴! 브라보 마이 라이프인걸! 아주 오랜 후에도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토록 오랜 시간 강의를 해오면서 그렇게 뜨거웠던 시간은 드물었노라고.

어머님, 아버님, 철수야! 그동안 학원 와서 수업 듣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토요일, 꼭 시험 잘 보셔요.

교육위원 김진아

케이원뉴스 케이원뉴스 hmshana1@naver.com 케이원뉴스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케이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