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있는 내 인생

케이원뉴스 승인 2022.12.23 14:59 | 최종 수정 2022.12.23 15:01 의견 0


내 나이 27세 한창 혈기 왕성하던 때 나는 검정고시 학원에 입사하여 검정고시가 뭔지 알게 되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공부에 목마른 남녀노소의 학생들이 꽉 들어차 앉아있었다.

그 가운데는 옛날 우리나라가 못 살아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 들도 꽤 많이 앉아서 향학열에 불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애가 타 보이는 얼굴이 눈에 띄어 수업 종료 후 개인별 상담을 해 보았다.

결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들의 이구동성 똑같은 스스로 까막눈이라고 밝히는 그들을 끌어 안고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까막눈이라 칠판 글씨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그저 배우는 게 좋아서 건성 앉아 있노라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내 인생을 그들의 문맹퇴치를 위해 바쳐야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결국 그날부터 한글반을 모집해 보았다.

너무 놀라웠다. 한글반 교실에 들어찬 학생들!

책상이 모자라서 통로에까지 의자를 들여놓고 통로에도 학생들을 앉히고 열과 성을 다해 목청 높여 그들을 가르치고 동고동락 나의 처녀시절은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신설동 역에 내려서 한글을 깨우치려고 학원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던 수많은 발걸음들. 지금 생각해봐도 전철에 탔던 사람들 중에 신설동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 90% 이상은 모두 한글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맹자들은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내가 검정고시 학원에 발을 들이고 내 인생 다 바쳐 그들을 위해 살다보니 무려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들은 까막눈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서 초졸,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서 대학교까지 졸업한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지금도 그들은 나에게 그 은혜에 감사한다고 하며 연락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평생교육으로 그리고 교육사업으로 늙어가고 있지만 내 생애 가장 보람되고 잘 한 일이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검정고시 학원에서 한글반 학생들의 눈을 뜨게 하고, 공부의 중요성 그리고 학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공부의 기회를 놓쳐 한 맺힌 그들을 위해 나의 인생을 바쳤던 그 옛날을 회상하면 지금도 보람 있었다고 생각되고 그 옛날이 아름다워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수도학원, 진형중고등학교, 남서울대학교 설립자이신 이재식 이사장님께서 그 한 맺힌 분들을 위해 활짝 열어놓으신 그 교육기관과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직도 배움에 목마르신 분들은 꼭 배움의 기회를 가지시길 이 시간을 통해 얘기하고 싶다.

교육전문위원 박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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